어느날의 커피

<어느 날의 커피> 
       이해인 수녀님

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 
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
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
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.

주위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
이런 날, 이런 마음을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니
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
모두가 아니었다.

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
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 
뜨거운 한 잔의 커피

아,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.




<선운사에서>
                최영미

꽃이 
피는건 힘들어도 
지는건 잠깐이더군 
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 
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 
아주 잠깐이더군 

그대가 처음 
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 
잊는것 또한 그렇게 
순간이면 좋겠네 

꽃이 
지는건 쉬워도 

잊는건 한참이더군 
영영 한참이더군 



댓글

Designed by JB FACTORY